트럼프는 왜 북핵에 올인하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핵 문제에 올인하고 있다.1980년대 말부터 가시화된 북한 핵 개발은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주요한 사안이었으나,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전쟁과 대화를 연일 언급하는 것은 처음이다. 트럼프는 “북한과의 큰 분쟁”(4월27일 <로이터> 회견), “김정은은 아주 똑똑한 녀석”(30일 <시비에스> 회견), “적절한 상황에서 김정은을 만날 것이며, 만난다면 영광”(1일 <블룸버그> 회견)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6~7일 열린 트럼프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때부터 트럼프가 직접 나서거나, 외교안보 분야 고위인사들의 인터뷰, 백악관을 비롯한 관련 부처들의 언론 브리핑, 혹은 의회 증언 등을 통해 북한 핵 문제를 매일 언론에 쏟아내고 있다.국정 운영의 초점도 국내에서 대외로 급변했다. 시진핑과의 정상회담 도중 시리아 정부군에 대한 폭격을 감행하며 그 극적인 전환을 상징했다. ‘내우’를 ‘외환’으로 덮고 돌파하려는 전략이다. 러시아 스캔들, 오바마케어 대체법안 실패 등 취임 이후 그의 발목을 붙잡던 국내 정치적 사안들이 시리아 폭격 이후 뒤로 밀려났다.특히 시리아 정부군 폭격은 그의 러시아 커넥션 의혹을 잠재우는 데 일등 공신이 됐다. 트럼프는 러시아의 지원을 받던 시리아 정부를 때리면서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최악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반대하는 공화당 보수파들의 지지도 얻었다. 그 후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과의 핵합의 파기를 경고하는 한편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 폐기를 으르다가 돌연 재협상을 선언하기도 했다.트럼프 행정부에게 북핵 문제는 중국과의 관계에 지렛대로도 작용하고 있다. 취임 전부터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공언하던 트럼프는 시진핑과 회담한 뒤 이를 철회했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것은 사실과도 맞지 않고, 그 후폭풍도 미국이 감당하기 힘들었다. 애초부터 가능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노력하는 조건으로 환율조작국 지정을 양보했다고 밝혔다.다중적인 효과도 얻었다. 환율조작국 지정 등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회의적인 민주당이나 공화당 주류의 지지를 확보하는 한편, 자신의 비현실적 대선 공약을 자연스럽게 폐기하고 중국에 대해선 압박과 양보 효과를 모두 거두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핵을 이유로 한반도 사드 배치를 가속화했고, 중국과 대결하는 동아시아 해역에서 군사력 증강을 자연스럽게 이뤄 중국을 실질적으로 압박 포위했다. 북핵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관계에서 유리한 패를 쥐는 지렛대가 됐다.한국과의 관계에서도 양상은 비슷하다. 북핵 문제를 놓고 미국의 압박과 관여를 최고로 끌어올리면서 한국에 그 비용을 청구하고 있다. 트럼프는 사드 비용 10억달러를 한국에 청구하는 발언을 직접 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안보보좌관은 이를 한국의 방위비 분담액, 더 나아가 국방비 증액으로 구체화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폐기나 재협상을 공언했다.아버지 조지 부시 행정부 이후 버락 오바마 행정부까지 미국의 4개 행정부가 질질 끌던 북핵 문제를 트럼프 행정부가 동기야 무엇이든 간에 전례없는 적극적 태도로 나선 것은 긍정적 진전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핵 문제 대처 전략을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 전략’이라고 공식화했다. 대통령인 트럼프가 김정은과의 정상회담까지 직접 언급한 것은 북핵 문제에 대한 대타협의 의사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 전략’은 ‘관여를 위한 최대한의 압박 전략’이라고 풀이될 수 있다. 북핵 문제를 외교적으로 풀기 위해 으르고 위협한다고 볼 수 있다.트럼프와 그 행정부는 분명 북핵 해결을 자신들의 업적으로 삼고 싶어한다. 문제는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 전략’이 별다른 성과를 못 낸다면, 이는 ‘압박을 위한 최대한의 관여 전략’으로 귀결될 수 있다. 즉 그때까지의 외교적 개입과 관여가 군사적 압박을 정당화하는 데로 갑자기 바뀔 우려가 크다.오바마 행정부가 북핵 문제를 무시하는 ‘전략적 인내’ 정책을 펼친 것은 사실 북한과의 대화 접점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바라지 않은 점도 크게 작용했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 문제 해결 여부에서 가장 큰 몫은 한국의 새로운 정부가 담당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793593.html#csidx2ae5e449a0aee77a8c311713da53d7f